Prelude 12/15
2024년 연말, 꾸준히 백엔드 엔지니어를 지망한다고 했지만 마음속 한편으로는 "내가 더 끌리는 직군이 분명 있지 않을까" 하는 흑심을 품고 오랜 기간 방황하던 내게, 이 공고가 눈에 들어온다.
애초에 이 공고를 읽을 때까지는 백엔드 관련이 아닌 공고들은 다 스킵하던 때였다. 그런데 이 공고를 보고, 이상하게 멈칫, 하게 되면서 내가 생각하는 여러가지 조건에 부합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선 ably라는 회사. 이미 몇주 전에 취준과 별개로 그냥 기사를 읽다가 "에이블리 3조 몸값, 알리바바서 1000억 투자 유치 성공" 과 같은 기사를 접했고, 그래서 궁금함에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대단한 회사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투자 불경기에 시리즈 C 후반기를 지나고 있고, 매년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였다. 안그래도 개인적으로 요새 이미 자리잡은 빅테크에 개발직군으로 들어가서 뻔한 연봉 받아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회사라면 스탁옵션 등의 관점에서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나중 어느 시점에는 창업을 지망하는 한 사람으로써,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가슴뛰는 일일 것이었다.
그리고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군. 나는 미국의 유명한 대학의 가장 어려운 학과 중 하나라고 하는 곳을 졸업했다. 그러나 그게 곧장 내가 지망했던 빅테크의 백엔드 엔지니어라는 포지션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까다로운 입맛도 작용을 한다. 내 적성에도 맞고, 미래 전망도 좋으며, 현재 대우도 좋은 직군을 바란다. 다행히 워라밸은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잠 푹 자고, 밥 잘 먹고, 운동할 시간 있으면 된다는 마인드다. 신입은 시간을 갈아넣어 성장을 하는 단계다.
그러나 요새 백엔드 시장은 과열의 끝을 넘어, 우후죽순 생겨난 부트캠프와 급하게 부전공, 복수전공 한 세미-컴퓨터 공학과 학생들로 과포화 상태인데, 빅테크들은 코로나 시절 너무 과한 채용으로 채용을 멈추어 뽑는 티오는 되려 0에 수렴하는, 최악의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되려면 저 많은 사람들 속 몇 손가락 안에 꼽혀야 한다는 건데, 아무리 봐도 나는 백엔드에 그 정도의 열정이 없다. 자바와 스프링에 대한 공부가 이렇게 지지부진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ㅋㅋ
반면 데이터 엔지니어를 포함한 데이터 직군은, 아무래도 웹 개발 광풍의 뒷편에서 큰 바람 피하며 점점 파이를 키워온 것이었다.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알수 있듯, AI는 이미 사람과 밀접해졌고, 회사들은 너도나도 AI를 솔루션으로 포함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직은 시끌벅쩍한 초기, 중기 단계다. 어느 신사업군이든 제대로 올라타려면 초기에 올라타야한다. AI 엔지니어, 머신러닝 엔지니어 등도 있겠지만 일단 학부생으로써 가장 근접한 데이터 엔지니어도 맘에 들었다.
급하게 찾아보니 심지어 현재도 이미 백엔드 엔지니어 직군의 평균보다 더 높은 평균 연봉을 자랑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내 전공, 내 성향과 잘 맞는가였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후 며칠 시간을 두고 현직자 면담 및 치열한 리서치를 했고, 잠정적으로 내린 답은 그렇다였다. 결국 그 시점부터 나는 백엔드가 아닌, 데이터 엔지니어 포지션을 향해 방향을 바꿨다.
그래서 이 공고는 이러한 의식의 흐름으로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군을 일깨워준 소중한 공고다. 연쇄인턴마로 활동했던 지난 몇년 간의 방황을 마치고 데이터 엔지니어로 희망 직군을 변경하기로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되었으니, 내 커리어에는 정말 중요한 피봇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공고는 내게 이 정도 임팩트를 준 것 자체로 이미 더할나위없이 고마운 공고인 셈이다.
서류 전형 12/16
그러나 내가 이 공고를 보고 (심지어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나서야 데이터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 고 마음먹었으니, 이 공고는 이제 나와는 무관한 공고라고 봐도 무방했다. 지원하면 당연히 떨어지는 것 아닌가? 백엔드 엔지니어를 준비한 이력서요 프로젝트 밖에 없는데, 지원하지 말까 싶었다. 그치만 취업시장에서는 지원자는 판단 주체가 아니라는 격언도 있잖아, 그냥 기존의 이력서 그대로 지원해버렸다.
질문은 두가지가 있었고, 둘 다 기존의 프로젝트 진행한 내용을 연계해서 작성했다.
그런데 지원한지 채 24시간이 안된 시각, 메일이 왔다.
껄껄
의아함과 신남이 공존했던 모먼트.
알고리즘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담당자 분께 가장 가까운 일정을 잡아달라고 했고, 며칠 뒤 코테를 보게 되었다.
코딩테스트 전형 12/23
코딩테스트에는 알고리즘으로만 출제되었다. 모든 문제는 hackerrank를 통해 영어로 나왔다.
이때만 해도 SQL을 거의 하지 못하던 때였는데, 다행히 SQL 문제는 아예 없었다.
위에 써있듯 문제관련해서는 말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후회없을 정도로 집중해서 풀었다.
그리고 대략 열흘 지났나?
껄껄.
첫 지원에 면접 단계까지 와서 실무 면접을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니, 심지어 한시간짜리 긴 면접이었다.
일대일인데다가, 화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말 말그대로 면접 컨텐츠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터였다.
직무에 대해서 알아보고 실전 면접에서는 뭘 물어보는지 알 수 있는 너무너무 좋은 기회!
면접 전형 01/15
면접일자가 잡히고, 본격적으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면접시간이 한시간이라는데, 한시간이면 매우 긴 시간이다. 특히나 나는 직무관련해서 할말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최대한 빈틈없이 준비해서 가야겠다.
다행히 그새 SQL 공부를 해서 SQL은 어느정도 틀이 잡혔으니, 남은 일주일여 동안 할일은 다음과 같았다.
위 사진에도 쓰여있듯, 비밀유지확약에 의해 디테일한 내용은 적을 수 없지만, 대략 내가 준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https://globalman96.tistory.com/58 : 처음치고는 내가 생각해도 야물딱지게 준비했다 싶었다.
- 자기소개 2분
- 코딩테스트 나왔던 문제 및 풀이 복기
- SQL 문법 기본적인 내용 모두 정리하기
- 제출한 이력서에 포함한 내용 관련한 질문
- NASA와 삼성전자 관련해서, 스토리라인 좀 더 가다듬기
- protocol42 프로젝트 정리 한번 더 하기
- CS 배경지식 - DB
OS
- "견고한 데이터 엔지니어링" 일부 읽으며 데이터 엔지니어링 큰그림 및 핵심 요소들 파악
- 회사의 비즈니스에 대해 더 알아보기
- 관련해서 내가 하고 싶은 직무 정도?
- 공고 + 데이터 엔지니어 팀에 대해 알아보기
- 기술 페이지들 내용 보면서, 큰 흐름 잡기
- 사용되는 툴 및 기술 간략하게나마 공부하기
- 마지막 질문
- 마지막 할말
준비를 꾸준히 했다. 그리고 면접에 임했다.
면접 그 자체 이외에 신경쓰일 일은 없었다.
비밀유지서약을 작성했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역시 말 못한다.
결과적으로 점수를 매겨보자면,
1 면접을 보는 동안의 시선처리, 톤, 등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 9
2 CS 관련 지식 - 7
3 이력 관련한 답변 - 9
4 데이터 엔지니어링 관련 지식 - 1
5 에이블리라는 회사에 대한 관심 및 컬처핏 - 10
이 과정에서 배운 내용
내용은 비밀에 부치겠지만,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문지식의 부재다.
그 외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큰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는 내가 준비한 내용에 대해서 답변을 잘 하기도 했지만, 준비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다 모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활용하는 툴들에 대해서 거의 개념이 전무하다보니, 추가 질문이 전혀 없었다.
이렇게 한시간짜리 야무진 데이터 엔지니어링 관련 면접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축복이다.
이걸 발판으로 더 노력하자. 머지 않은 시간 뒤에 내가 원하는 곳에서 데이터 엔지니어가 되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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